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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연체료는 효과적인 인센티브인가?
작성자 도서실 작성일 2006-02-17 조회 49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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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연체료는 효과적인 인센티브인가? 괴짜경제학 /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 / 웅진씽크빅 / 2005 석달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국문화컨텐츠대여업협회와 한국대여업중앙회의 건의를 수용하여 비디오테이프나 도서 대여업소에서 빌린 물품을 고의로 반납하지 않는 대여자를 형법 제355조 횡령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수사지침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미반납 또는 연체 현상이 결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아 진정 우리에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민성이 내재된 건 아닌가 의심했으나 곧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레일리아 대학도서관들의 연체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기게 됐다. 예컨대 하루 1달러의 연체료를 물리고 25달러에 도달하면 이 금액을 납부할 때까지 대출을 중지하는 Sydney대학은 1년간 총 67,497달러(약 5억원)의 연체료를 부과했으며, Wollongong대학은 연체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용자들에게 수금대행업체에 해결을 의뢰했다고까지 한다. (註. 마냥 웃어넘길 일이 아닌 게, 미국에서는 아예 도서관 연체를 전문적으로 해결해주는 채무추심회사도 생겨나 가령 Unique Management Services http://www.unique-mgmt.com 라는 업체는 이미 600여 도서관들을 고객으로 확보했을 정도이다. 참고로 이 회사에서 회원기관을 대상으로 이용자들이 대출한 도서를 반납하지 않는 별의별 이유에 대해 컨테스트를 벌인 결과 "식탁 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괴는 데 안성맞춤이어서 돌려주지 않았다"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런 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도서관들도 연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외국의 문헌을 훑어보면 연체(overdue)나 연체료(fine/overdue fee)에 관한 문헌을 제법 많이 발견할 수 있거니와 그 대부분은 현장의 사례보고건만, 우리 나라에서는 학계나 현장을 막론하고 연체에 관한 실증 연구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註. 하기야 대출-반납, 연체, 예약, 분실을 포함한 광의의-만큼 '도서관학'에서 찬밥 신세인 영역은 드문 듯하다.) 그 이유는 대출정책이란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피부에 와닿는' 규정으로서 수시로 정책을 변경하면서 그 효과를 실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실타래가 꼬였다는 건 알지만 막상 실타래를 풀려다가 더 엉킬 것만 같은 형국이랄까? 개인적으로는 현행 연체료 부과나 일시대출중지 따위의 방법론이 과연 연체율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결방안일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註. 연체료와 일시대출중지 중에서 어느 방법이 효과가 더 클까? 적극적 이용자 집단을 가진 연구중심대학의 도서관에서는 연체료보다는 일시대출중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현장의 경험담이다. 그러나, 언저리에서 도서관을 탐색하듯 머무는 초심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는 일시대출중지가 의도와는 달리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도서관을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서 이런 도서관은 재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주로 연체료 정책을 활용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꼭 어느 방법이 우월하다고 가리기는 어렵다.) 그러던 중, '괴짜경제학'에 인용된 어느 이스라엘 경제학자의 실험결과를 통해, 적어도 현재의 연체료 정책만큼은 연체를 줄이기보다는 도리어 연체를 복돋아 주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심증을 굳혔다. 그 실험을 요약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놀이방(탁아소)이 한 곳 있다. 여기는 오후 4시면 반드시 부모가 자녀를 데리러 와야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이 규칙을 어기고 자주 지각을 한다. 어떻게 하면 지각을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경제학자 몇 명이 지각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제도를 제안했다. 10분 이상 늦을 때마다 3달러를 벌금으로 내게 하자는 것이다. 실지로 벌금 제도는 부모들의 지각을 줄였을까? 결론은, 벌금 제도를 도입하기 전보다 지각이 2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저자는 벌금 액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과 함께 도덕적 인센티브(지각한 부모들이 느껴야 하는 죄책감)를 경제적 인센티브(벌금)로 대체한 것이 심각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즉, 지각하는 부모들은 겨우 몇 달러의 돈으로 죄책감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적은 액수의 벌금은 부모들에게 지각이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 것이다. 더구나 나중에는 계속 지각을 하면서 벌금도 내지 않고 죄책감도 더 이상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인센티브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으로 정의할 때, 도서관의 연체료 부과나 일시대출중지는 이용자에게 대출도서를 약속한 날까지 반납하고 연체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연체 인센티브는 과연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가? 일단 현재 대부분의 도서관의 대출규정은 벌금(연체료)이나 일정 기간의 불편(대출중지)으로 자신의 연체 행위가 면죄(?)될 수 있기에 도덕적 인센티브로서 기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경제적 인센티브로서 효과는 발휘해야 할텐데 그마저도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기실은 대다수 도서관의 연체료가 1일 1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말마따나, 연체한 이용자는 겨우 몇 백원의 돈으로 죄책감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적은 액수의 연체료는 이용자들에게 연체가 그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문득 떠올린 것인데, 연체처리의 가중치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봄직하다. 법률에도 가중처벌법이 있고 통계학이나 심지어(?) 정보검색에서도 가중치 기법이 있지 않은가. 연체료에 적용해보면, 현행 산술급수의 벌금을 시일이 지날수록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가령 반납기한 경과후 1주일까지는 계도기간으로 1일 100원씩, 다음 1주일까지는 1일 1,000원씩, 그 다음 1주일까지는 5,000원씩 물린다. 더 다양하게 응용해볼 수 있다. 3일째까지는 10원씩, 4일째부터 7일째까지는 1,000원, 8일째부터는 10,000원으로 더 강력하게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지나치다 싶지만 이 정도는 돼야 연체를 만만하게 여기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을까? 즉흥적인 이 제안이 정말 연체율을 감소시킬 수 있을지 의문일뿐더러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도 아니므로 섣불리 권유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지금의 대출규정-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처리절차-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두루 살펴보고 만약 오랜 과거부터 해왔던 방법이라면 현재의 상황과 여건에도 적합한지에 대해서 고정관념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다양한 새로운 기법도 적용해보고 개선된 결과를 가져올 경우 다른 도서관에도 전파될 수 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발상 전환'의 훈련을 위해 유익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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