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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기 치매' 젊다고 방심하면 충격 2배…진행속도 빨라 ‘위험’
언론사 울산경제 작성일 2023-01-03 조회 4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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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다고 방심하면 충격 2배…진행속도 빨라 ‘위험’
<동강병원 김성률 뇌신경센터장에게 듣는 '초로기 치매'>

동강병원 김성률 뇌신경센터장이 내원 환자 상대로 진료를 보고 있다. 


 여러 가지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언어적 능력, 시공간 능력,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 집행 능력 등의 장애가 발생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치매라고 정의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는 뇌졸중이나 암보다 치매가 가장 걸리기 싫은 병이라고 응답한 결과도 있다. 이처럼 치매라고 진단을 받게 되면 환자와 그 가족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당히 힘들어하게 된다.


◇주로 40~50대 나이에 발병하는 젊은 치매

 65세 이전의 나이에 치매가 발병하는 경우를 '초로기 치매', '조기 발병 치매(early-onset dementia)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에 본인이나 가족들이 치매에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게 지연되고 진단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젊은 치매로 알려진 초로기 치매는 주로 40~50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왕성한 사회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에 발생하기에 가족 구성원이 받는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직업이 단절돼 가정 경제도 어려움에 부닥치고, 배우자가 치매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아직 어려서 양육의 문제도 같이 발생하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엄청나다.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과 유사

 초로기 치매 증상은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면이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접하게 된다.

 초로기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치매환자의 10~15%는 가역성 치매라고 해 그 원인을 치료하면 치매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특히 초로기 치매 환자에게서는 다양한 평가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원인을 감별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 B12, 엽산 결핍과 갑상선 저하와 같은 대사성 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한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뇌 안의 물주머니가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저하는 조기에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음주는 초로기 치매 원인의 약 10~12% 정도인데, 음주 후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긴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초로기 치매의 위험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 과음 후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분의 손상으로 인한 현상으로 알코올성 치매에 대한 몸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알츠하이머병

 초로기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져 있다.

 초로기에 발생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그 진행 속도가 노년기에 발생한 경우보다 무척 빨라 더 주의해야 한다. 2~3년 주기로 증세가 악화하는 노인과 달리 진단 후 1년 만에 말기에 이를 정도로 젊은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르며, 초기에 진단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은 잘 다녔던 길이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거나 물건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뒤에 찾게 되는 등 노인성 치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초기에 알아채지 못하고 이미 치매가 많이 진행된 뒤에 병원을 찾고 있다.

 초로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에 두정엽 증상이나 언어능력 저하처럼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22~64%이나 돼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언어능력의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거나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서 성격 변화나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런 변화를 주변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으로 빠르게 대처

 젊은 나이에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초로기 치매의 가능성도 고려,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

 초로기 치매의 경우 가족 내에 2인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었던 경우라면 가족력에 대해 우려를 하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

 뇌의 병리학적 변화에 대해 잘 대응하는 능력인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증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신문이나 책을 읽는 등의 꾸준한 지적 자극 활동, 운동을 포함한 신체적 활동, 정신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인지 예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는 기억하는 능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나친 의존을 피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끝으로 중앙치매센터에서 권고하는 '3권, 3금, 3행'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1월 3일 화요일 울산경제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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