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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핵, '찬바람 부는 겨울철 항문질환 더 고통스럽다
언론사 경상일보 작성일 2021-12-08 조회 4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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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핵, '찬바람 부는 겨울철 항문질환 더 고통스럽다

▲ 이재호 동천동강병원 외과 전문의가 치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출혈·항문탈출 등 증상 동반
|외치핵은 항문 바깥 조직이
|혹처럼 커져 심한 통증 일으켜

|기온 차면 혈액순환 잘안돼
|항문주위 혈관 수축으로
|겨울철 병원찾는 환자 많아
|3기 이상의 중증땐 수술 필요
|좌욕과 식이섬유 섭취 도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대장·항문병원을 찾는 환자가 부쩍 많아진다. 흔히 ‘치질’이라 표현하는 항문 질환인 ‘치핵’ 때문이다.

  치핵은 한국인 75%가 평생 중 한 번 정도는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남에게 쉽사리 털어놓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늦추는 일이 많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겨울철인 12~2월 치핵 수술 건수가 5만7000여 건으로 한해 수술의 29% 정도가 이 시기에 진행된다.


  기온이 치핵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준다는 근거는 없지만, 항문 주위 혈관 수축과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지면서 평소 앓던 치핵 악화와 잦은 술자리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치핵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이재호 동천동강병원 외과 전문의와 함께 자세히 살펴본다.


◇치핵의 종류

  치핵은 원인이 되는 구조물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눠진다. 물론 두 가지 상황이 혼합된 경우도 있다.

  내치핵은 항문 안쪽에서 발생하고 통증보다는 출혈과 항문 탈출이 주요 증상이다. 증상에 따라 중증도를 1도에서 4도까지 분류한다. 1도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출혈을 동반하기도 하고, 항문 탈출은 없다. 2도는 변을 볼 때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탈출하지만, 특별한 조치 없이도 저절로 들어간다. 3도는 변을 볼 때 탈출한 내치핵이 저절로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4도는 탈출한 내치핵이 항문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외치핵은 항문 바깥쪽의 치핵 조직이 주변 피부조직과 함께 커지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항문 주위에 혹과 같은 조직이 발견된다. 대부분 갑자기 힘을 주면서 생기고, 심한 통증이 발생하지만, 출혈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재호 동천동강병원 외과 전문의는 “치핵은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배변 후 출혈이나 항문에서 덩어리가 밀려 나올 경우 병원을 찾지만, 단순히 출혈 등으로 병기를 진단할 수는 없다. 증상에 따른 병기 구분은 참고 사항으로 전문의의 진단 후 병기에 따른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진행 단계에 따라 4기로 구분

  치핵의 치료는 정도와 증상에 따라 다르다. 특히 내치핵은 중증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1기나 2기처럼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좌욕과 식이요법, 배변습관의 개선 등으로도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3기 이상으로 증상이 심하면 대부분 외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수술 필요성은 단순히 중증도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가장 기본적인 전문의 문진 후, 직장수지검사, 항문경검사, 항문초음파, 대장내시경 등 다양한 검사 후 결정한다. 수술은 전통적인 치핵절제술 외에도 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고정술과 초음파를 이용한 치핵동맥결찰술 등이 있다.

  이 전문의는 “예전과 달리 수술은 큰 고통이 없다. 또 치핵절제술의 경우 늘어진 점막과 점막 아래 위치한 치핵 조직만 제거하기에 괄약근에 손상을 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수술의 경우 괄약근에 손상이 발생하면 변실금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치핵절제술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버려야

  치핵 발생은 생활 습관과 관련 있다. 많은 환자가 변비가 없는데 치핵 발생 이유를 의아해한다. 결론적으로 변비는 치핵의 위험요소는 아 니다. 장시간 변기 위에 오래 앉은 자세로 있는 것이 문제다. 골반이 열린 상태에서 앉아 있고, 항문 쪽 압력이 증가하는 것이 원인이다. 이와 함께 비데는 항문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3도 이상의 치핵이나 혈전성 외치핵의 경우 통증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 전문의는 “치핵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데도 평소 청결 유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항문 질환이 있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뿐만 아니라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치핵 질환에는 좋지 않다. 장시간 앉아서 작업할 때는 가끔 일어서거나 걸으며 항문에 쏠린 혈액을 분산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것도 불가능한 경우 항문을 조였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는 케겔 운동도 예방에 좋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칼로리가 적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건강한 다이어트로 항문 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1회 3~5분씩 하루 세 번 정도 주기적인 좌욕을 하면 치핵 질환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좌욕할 때는 약이나 소금 등을 넣을 필요 없이 미지근한 물에 항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전문의는 “항문에는 치핵뿐만 아니라 항문주위농양, 치루, 치열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항문 문제로 진료받는 것을 꺼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드물게 항문암, 크론병과 같은 난치성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치핵 역시 보존적 치료로 끝날 것이 수술까지 갈 수 있기에 항문 질환이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전문의와 상담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1년 12월 8일 수요일 경상일보 건강과의료면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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