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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영철 동강의료재단 이사장 일대기 2008/7/7
언론사 울산제일일보 작성일 2008-07-07 조회 6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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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아, 철아, 우리 철아”


제18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고 없이 의과대학 친구들이 들이 닥쳐
길이 열 발쯤 옥양목 띠로 거꾸로 매달아

 신랑 다루기는 짓궂은 친구들이 신부 앞에서 새신랑을 못 살게 굴며, 어렵게 만들어 자기들끼리 즐거워하는 장난이다. 지방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신랑의 버릇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다루어주는 풍습이다. 주로 신부 친정집 동네의 총각들, 특히 신부의 남동생이나 오빠 친구들이 신랑한테 애교 섞인 겁주기, 신부를 함부로 대하면 큰 일 난다는 협박성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다. 요즈음 말로 일종의 시위 비슷한 것이었다. 이것이 신랑 친구들에게는 신부를 부끄럽게 하는 재미로 행해졌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가 서울로 돌아왔을 때, 물론 가족들도 음식을 울산에서 장만하여 친구들 대접할 준비를 해왔는데, 예고 없이 의과대학 친구들 예닐곱 명이 들이 닥쳤다. 폭이 한자 가량, 길이가 열 발쯤 되는 옥양목 띠를 갖고 왔음은 물론이다. 술상을 보고 몇 순배 잔이 돌아 간 뒤, 친구 하나가 슬슬 신랑 다룰 서두를 꺼냈다.
 대뜸, ‘신부는 신랑 형님들 앞에서 창가(唱歌) 하나 불러보시오!’ 하였지만 어디 새색시가 선뜻 방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 부엌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다른 친구가 ‘그럼 신랑 발바닥 맞는 것을 들어야 창가 하나를 불러재낄 것이겠구먼. 하면서 옥양목 띠를 꺼냈다. 그러고서 이 띠로 신랑의 두 발을 묶고 천정의 서까래에 거꾸로 매달았다. 대개의 신랑 다루기는 이런 방식이었다. 신랑 머리는 방바닥에, 두 발은 천정에, 때로는 두 손을 마저 묶어 앞으로 하여 약간은 머리를 지탱하게 해준다. ‘사령은 곤장 다섯 대를 시행하렸다!’ 친구 하나가 명령을 내린다. 곤장을 움켜쥔 친구가 복창한다. ‘신부는 들으시오! 하나, 둘, …’ 하면서 신랑의 발바닥을 때린다. 신랑은 당연히 발바닥이 아파서 ‘아야, 아야’를 연발 한다. 곤장은 대개가 다듬이 방망이에 수건을 감싸서 상처가 나지 않게 보호막을 한 것으로 둔탁한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다. 부엌에서는 어른들이 신부에게 어서 들어가 보라고 눈짓을 보낸다. 마지못해 하면서 신부가 다소곳이 신랑 옆에 앉는다. 짓궂은 친구가 신랑의 죄, 즉 규수를 홀려서 장가든 죄를 열거하며, ‘이제 부부는 일신이니 신부가 신랑의 머리를 치마폭에 받아놓고 같이 벌을 받으시오’라고 명령한다. 겨우 몸을 움직이는 체하여 신랑의 머리를 치마 위에 올려놓자, 창가를 부르라고 명령한다. 신부가 창가를 안 하자 신랑에게 다시 곤장 다섯 대의 벌이 내리고, 신랑은 엄살을 부린다. 한 번 더 창가를 하라고 명령이 내려지면, 이제는 신랑이 ‘어여, 창가를 불러!’라고 애걸하는 시늉을 한다. 겨우 창가를 반 토막쯤 부르다가 끝내고 나면, 결정적 질문을 한다.

 ‘신부는 첫날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실 직고 하렸다.’

글 / 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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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슈바이처를 꿈꾸다
▶[제2화] 동강 선생의 제자
▶[제3화] 어머니의 자장가
▶[제4화] 법도 있는 집안
▶[제5화] 보통학교, 소학교, 국민학교, 초등학교(1)
▶[제6화] 보통학교, 소학교, 국민학교, 초등학교(2)
▶[제7화] 보통학교, 소학교, 국민학교, 초등학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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