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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포럼 - 행복의 집 ; 윤성문 동강병원장
언론사 울산신문 작성일 2007-11-01 조회 65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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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집



 텔레비전에서 명사(名士)의 생가(生家)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 중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기억에 남는다.

 500여 권의 책을 집필하고, 기중기, 활자 등을 고안한 실학 사상의 큰 스승이 태어나고 자란 집. 대궐 같은 집은 아니었지만 단아하고 고즈넉한 모습이 꼭 다산 정약용 선생을 연상시켰다. 선생이 떠난 지 20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가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 곳이 단순한 한옥건물이 아니라 '다산 정약용'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품어 키운 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집에 선생의 위대한 정신이 사라지지 않고 숨쉬고 있다고 믿는다. 그만큼 집은 사람에게 중요하다. 아무리 초라한 건물이라도 위대한 사람이 그 안에서 자라났다면 의미 있는 곳이 된다. 사람은 집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또 집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나기 때문이다.

 <행복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Happiness)>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무심코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꼭 필요한 '집'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한 사람을 키우고, 또 그 사람에 의해서 완성된다. 나는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와 지금 주택에 살 때의 생활습관이 무척 다르다.

 주택은 아파트보다 손갈 곳이 많고, 부지런히 집을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이곳저곳 탈이 난다. 계절에 맞추어 집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1년이 훌쩍 흐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는 나도 모르는 나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그 익숙함에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책을 지은 프랑스 작가는 공항이나 도서관도 어떤 사람에게는 집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집은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이 보관되어 있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남들이 보기에는 훌륭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그 집에서 심리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그 곳은 진정한 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스웨덴의 볼보자동차 공장에 근무하는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미있는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여성은 문방을 밟는 순간에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반면 남성은 그 반대였다고 한다.
 여성은 퇴근하는 순간부터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차 회사가 '또 다른 집'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집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을 여유도, 또 집에서 새로운 힘을 얻을 가능성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저녁에 퇴근을 하다보면, 불이 밝혀진 수많은 아파트촌을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행복한 가족들이 저 안에서 웃고 있을까를 세어본다.
 어쩌면 미래에 인류를 위해 큰일을 해낼 아이가 저 많은 집들의 어느 방에서 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연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집은 없지만, 그 장소를 훌륭하고 의미 있게 가꾸는 사람들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과시욕에 사로잡혀 집을 짓게 된다. 남들이 나의 호화로운 집을 보고 나의 인성도 훌륭하게 평가해주리라는 잘못된 욕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이 자신의 인생을 지어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무엇을 가졌느냐 보다 무엇을 했느냐를 통해 평가받는다. 호화로운 건물이 사람의 인성을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단아하고 정직한 성품이 그 사람의 집 전체에 두고두고 스며들 뿐이다.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가치 있게 인생을 꾸려가는 가가 중요한 것이다.

윤성문 동강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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