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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선정성 아이들이 위험하다-김재홍 정신과 전문의
언론사 경상일보 작성일 2007-08-18 조회 66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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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선정성 아이들이 위험하다

야오이물에 빠진 청소년들


남성간 동성애 주제 만화…여학생 마니아층 형성
도서대여점·인터넷 통해 확산 연령규제 무용지물
성관계 등 여과 없이 표현 성 정체성 확립 악영향


 Y(대학교2)양은 야오이물에 빠져 지낸지 올해로 10년 째. 청소년들 사이에 '야오이물'이 퍼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줄곧 봐 온 셈이다.

 K(중2)양은 야오이물에 푹 빠져 지내지 않지만 4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웹사이트에 올려진 소설류를 보는 편이다. 마니아라고 하기에는 즐기는 정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P(고1)양은 친구들 사이에 야오이물이 워낙 인기인 줄은 알지만 청소년이 읽기에는 성(性)적인 묘사가 지나친 부분도 많아 읽지 않기로 다짐했다. 친구들이 각자가 읽은 야오이물에 대해 자주 들려주는데 청소년들 스스로 성적 묘사가 충격적인 장면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아 염려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야오이' 모르면 왕따(?)
 청소년들 사이에 야오이물이 인기다. 남성 간의 동성애를 다룬 때문인지 특히 초·중·고교 여학생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남학생들 중에는 야오이물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읽든 읽지 않든 야오이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청소년들에 따르면 마니아층에 해당하는 여학생이 한 학급의 여중생 7명 꼴, 여고생 4~5명 꼴이다. 게다가 초등학생과 중·고교시절 야오이물을 읽기 시작해 현재까지 읽고 있는 20·30대 여성을 포함하면 마니아층은 더 넓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드라마 '커피 프린스'가 청소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야오이물과 무관하지 않다. 야오이물에 길들여져 동성 간의 연애이야기를 재밌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남장을 한 여성과 남성 간의 연애 이야기는 야오이물의 연장선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이 야오이물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대체로 "재미있다"로 요약된다. 금기시됐던 동성애가 소재로 다뤄져 신선하고 재밌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부 작품에 소개되어 있는 남성이 남성에게 성(性)폭력을 당하는 설정 등은 여성으로서 쾌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 선정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야오이물의 인기가 높아감에 따라 이런 류의 작품에 청소년들이 빠져 드는 현상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야오이물이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수위는 야오이물을 읽는 청소년들 스스로 "성(性) 관계 장면 묘사나 삽화가 많다" "어떤 장면은 충격적이어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표현될 정도다. 남성 끼리의 키스 정도는 선정적인 장면에 끼지도 않는다. 적나라한 애무나 성교 장면이 그대로 보여진다.
 12세·15세·19세 이상 등 야오이물에도 연령 규제는 있다. 그러나 무용지물이다. J양은 "야오이물을 취급하는 만화방과 책방 등지에서 연령 규제와는 상관없이 언제든 빌려볼 수 있다"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소설, 만화, 동영상 등을 보는 일은 만화방, 책방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쉬운데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야오이'를 검색하면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해 '19세 이상'이 확인돼야만 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청소년들은 야오이물의 선정성 탓인지 최근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역시 무용지물이다. K(중2)양은 "야오이란 단어의 띄어쓰기를 조정하거나 일본어로 검색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야오이물 보는 것은 쉬운 일"이라면서 "친구들끼리 파일을 주고 받기 때문에 굳이 포털사이트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학교에서 만화, 소설 등의 야오이물을 보거나 친구들과 돌려 읽는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의 제재는 거의 없다. B(고1)양은 "학교에서 읽어도 선생님이 야오이물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기 때문에 야단맞은 적 없다"면서 "또 선생님 눈에 띄지 않게 읽는 편이라 걸리는 일도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 적절한 규제와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할 때
 지역의 B교사는 "아이들이 동성애를 그린 선정적인 만화를 읽고 있어 상당히 놀랐다"면서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이게 왜 나쁜 거예요?'하고 되물어오는 데 난감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문선희씨는 "일본 만화나 소설 등의 특징은 '선과 악'의 구성 없이 그저 재미만을 추구하고 선정적이다"면서 "이런 작품들에 우리 청소년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면 성(性)가치관 및 정체성을 세워가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태국은 일본 작품을 통째로 금지시킨 예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소년들이 야오이물에 빠지는 것도 청소년을 위한 작품들이 많지 않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면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작품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정신과 전문의는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겠지만 선정적인 정도가 청소년들이 봐도 될 정도를 넘어선다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야오이물을 읽은 친구들 중 동성 간 연애를 하거나 심지어 선정적인 장면을 따라하는 예도 있다고 일러준다. 야오이물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 과연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야오이'란?
 야오이는 '별것 없다'는 뜻의 일본어인데 우리 청소년사이에서는 남성끼리의 연애와 섹스를 소재로 한 만화, 소설, 동영상 등을 통칭해서 일컫는 은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여 년 전, 일본 작품이 국내로 번역·출판되기 시작하다가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에는 국내 작가들도 같은 류의 작품을 내놓고 있다.

/ 유귀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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