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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선택 존중해야
작성자 경향신문 조회 54906 분류
유방갑상선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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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선택 존중해야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5월14일자 뉴욕타임지에 ‘나의 의학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10년의 투병 끝에 56세를 일기로 사망한 어머니 마르셀린 버트란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양쪽 유방을 절제하고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몇몇 미국 매체는‘앤젤리나 졸리가 난소절제수술을 계획하고 있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CBS는‘안젤리나 졸리의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사망하기 전에 유방암을 앓았고 앤젤리나 졸리의 외할머니도 난소암을 진단받았다’고 전했다.   

며칠 전부터 필자의 전공이 ‘유전성 유방암’임을 알고 있는 지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질문은 자신의 어머니도 유방암을 진단받았는데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아야 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에 관한 내용이 주였다.   

졸리와 같이 유방암이나 난소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예방적 유방절제술 또은 난소절제술을 받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No’ 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는데 이는 졸리가 ‘브라카(BRCA1)’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이다.(이제부터 졸리를 ‘보인자’라고 칭하겠다). 이처럼 보인자가 되면 살면서 유방암이 발병할 확률은 약 80% 정도이며 난소암이 발병할 확률은 약 40%에 육박하게 된다.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해도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졸리 어머니의 경우와 같이 치명적일 수 있어 적극적 치료방법인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독자들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유방암은 이처럼 모두 유전되는 것인지,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지, 유전자검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보인자로 판명되면 예방적 절제술 외에 다른 예방법은 없는지,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런 치료를 하고 있는지 등등 많은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나씩 설명을 하자면 전체 유방암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여하는 유전성유방암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5~10% 정도다. 이중에서도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유전자가 바로 ‘BRCA1’ 과 ‘BRCA2’ 이고 이들은 상염색체우성유전을 하기 때문에 다음세대에 유전될 가능성은 아들, 딸을 가리지 않고 모두 50%다.   

BRCA1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률은 각각 약 80%, 40% 정도다. 반면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에는각각 약 40%,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를 받아볼 대상인 사람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자신과 1도(degree) 관계인 어머니, 언니나 여동생이 유방암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자신도 빨리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할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일단 유방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BRCA 돌연변이를 가질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만일 고위험군이 라면 유방암을 진단받은 가족부터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이 옳다.   

고위험군은 ▲유방암 또는 난소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 및 친척에서 1명 이상의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있는 경우 ▲환자 본인에게 유방암, 난소암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 ▲40세 이전에 진단된 유방암 ▲양측성유방암 ▲유방암을 포함한 다장기암 ▲남성유방암 ▲상피성난소암 등이다. 위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해서 검사를 해 보고 싶다면 비보험수가를 지불하고 검사하면 되지만 검사 전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전자검사는 혈액을 채취한 후 염색체를 전장검사(full sequencing)하기 때문에 약 2달 후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면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산발적으로 발생한 유방암이며 가족도 더 이상 유전자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유방암을 진단받은 가족이 BRCA 돌연변이유전자를 가진 보인자로 밝혀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유방암을 진단받은 가족은 당장 수술법과 향후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 주치의와 많은 시간을 두고 적극적인 치료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보인자가 어머니인 경우 본인도 보인자일 확률이 50%이기 때문에 본인 역시 유전상담을 통해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한다. 졸리의 어머니가 보인자였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졸리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가족력을 염두에 두고 유전자검사를 받아본 경우일 것으로 생각된다.

졸리처럼 BRCA 1/2 돌연변이가 있지만 아직 유방암과 난소암이 발병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졸리의 결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졸리처럼 출산 후 더 이상 2세 계획이 없는 사람이 아닌 20대 미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검사를 자주 하는 것이다. 18세부터 매월 유방자가검진을 하고 25세부터는 6개월 간격으로 주치의에 의한 유방진찰, 1년 마다유방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초음파검사나 MRI 촬영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검사는 예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와 검사 사이에 발생하는 간격암을 예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는 타목시펜이라는 항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방법이다. 현재도 타목시펜은 호르몬수용체 양성인 유방암치료제로 쓰이고 있는데 그간의 임상연구에서 타목시펜 복용으로 유방암 위험도를 50% 정도 감소시킨 보고가 있는가 하면 예방효과가 없다는 보고도 있어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가 바로 졸리가 선택한 예방적 유방절제술이다. 암이 없는 정상유방을 절제하는 것으로 90% 이상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난소절제술과 병행할 경우 95% 이상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유방은 두고 난소절제술만 시행하는 경우에도 유방암을 약 50%, 난소암을 95% 정도 예방할 수 있어 유방절제술 대신 난소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독자가 유방암환자가 받는 일반적인 유방절제술을 떠올리면서 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시행하고 있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의 경우 피부와 유두를 보존하면서 유선조직만을 제거하고 즉각 본인의 다른 신체부위나 보형물을 이용한 성형이 가능해 독자들이 우려하는 만큼의 모양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보인자임을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가지가 있지만 졸리는 가장 적극적으로 본인의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공개했다는 것에 응원을 보낸다. 유전성질환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다. 자랑할 것까지는 없다 해도 숨길 일도 아니다. 오히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본인의 유전질환을 극복하는 과정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본의 아니게 숨어지내는 많은 분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는 이런 경우 시행되는 유방성형술조차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보인자 혼자 감당하기에는 사회·문화·가족벽은 물론 의료진의 벽마저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졸리의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결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졸리와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을 한 인간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며 따뜻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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