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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이 부은 건가요? 아니면 살이 찐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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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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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병원 신장내과 이은아

신장내과에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 중 가장 많은 경우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 눈 뜨기가 힘들고 손이 터질 듯이 탱탱해져 혹시 콩팥이 나쁜 건 아닌지 한번 검사를 받아 보러 왔다는 분들이다. 바꾸어 말하면 보통 몸이 붓는 현상, 즉 부종(浮腫)은 무조건 콩팥이 원인이라고들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종에는 다른 많은 원인이 있으며 다행히 검사를 해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종이란, 우리 몸 속의 수분이 세포 사이사이 공간인 간질(間質)로 모여들어 정상 상태보다 많이 축적된 상태를 일컬으며 보통 체중이 3~4 kg 이상 늘고 나면 다른 사람의 눈에도 쉽게 부종이 확인된다.

부종이 생기는 원리는 크게 4가지 기전으로 설명이 된다.
첫째, 혈관 저항이 높은 고혈압 환자나 갑자기 너무 음식을 짜게 먹어 소변량이 줄어 들면서 몸 안의 총 수분량이 증가하는 경우, 혈관벽이 받는 정수압의 증가로 물이 밀려 나가게 된다. 둘째, 혈액 속에는 물을 강력히 끌어 당기는 힘을 가진 알부민이 존재하는데, 영양실조나 콩팥으로 알부민이 술술 다 빠져 나가는 신증후군의 경우 혈장 알부민 수치가 낮아져서 물이 혈관 안에 붙들려 있지 못하고 밖으로 끌려 나간다. 한편 알부민은 우리 몸에서 오로지 간에서만 합성되기 때문에 간경화처럼 간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도 알부민 수치가 낮아져 부종이 생기고 복수가 차게 된다. 셋째, 알레르기성 질환 같은 혈관염의 경우 혈관벽 세포간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그 틈으로 물이 새어나가 부종이 생긴다. 넷째, 우리 몸에는 혈관 이외에 임파액이 순환하는 임파관이 종양이나 염증에 의해 폐쇄되면서 임파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중력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직립 자세에서는 몸 안의 수분이 머리에서 발 쪽으로 흘러 내리려 할 것이다. 특히 하지 정맥은 심장을 향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서 있으면 혈류의 정체나 역류가 일어나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심장 판막처럼 정상의 정맥 내에도 판막이 여러 개 부착되어 있다.

하지 정맥류는 노동을 많이 해 온 중년 남성들의 종아리에 뱀처럼 꼬불꼬불 불거져 나와 있는 퍼런 혈관 울혈을 말한다. 오랜 시간 압력을 견디지 못한 다리 정맥이 벌어지고 판막은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 오히려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시간이 가면서 다리 근육에 신선한 동맥혈 공급이 안 되어 걸으면 쥐가 내리고 통증이 생긴다.
심부 정맥 혈전증은 주로 오랜 시간 병상 생활을 하는 환자에서 하지 혈류 정체로 혈액이 혈관 안에서 응고되어 혈전이 생성되면서 폐색을 일으켜 한쪽 다리만 심하게 붓고 나아가 형성된 혈전이 대량으로 심장으로 환류된 후 폐순환에 들어가면서 폐 동맥 가지들을 틀어 막아 폐색전증을 유발하면 급성 호흡곤란과 함께 심 박출량의 급격한 감소로 쇽에 빠지면서 대부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정맥이 막히면 수일이 경과된 후 인근 정맥으로 가지가 자라나 연결되면서 혈류가 다시 재개되어 점차 종아리 표면 쪽으로 표재 정맥들이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부종이 잘 생기는 부위는 자세에 따라 보통 발목과 발등, 복사뼈 근처, 촛대뼈 앞부분 쪽이 흔하나, 누워 있는 시간이 긴 경우 등 아래쪽이나 엉덩이에 치우쳐 생길 수도 있고, 신장 질환 환자나 밤 늦게 짠 음식을 먹고 잔 경우 다음 날 아침 주로 눈꺼풀이 심하게 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종의 유무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전에 잘 맞던 반지가 갑자기 손가락에 꽉 조인다든가, 아침 출근 시간에는 편안하게 잘 맞던 신발이 퇴근 무렵이 되면 잘 안 들어간다든지, 아침에 눈두덩 부은 것이 저녁까지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경우, 종아리 앞쪽을 손가락으로 누른 함몰 흔적이 오래 남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숨이 차고 밤에 잠자리에 반듯이 누우면 호흡곤란이 악화되거나 호흡곤란과 함께 흰 거품 섞인 잔 기침이 계속 난다든지, 소화가 잘 안 되고 헛배가 부르며 명치를 누르면 단단하고 압통이 있으며, 갑자기 소변량이 현저히 감소되고 소변에 거품이 갑자기 많이 보인다든지, 한 달 이내 체중이 5% 이상 늘어난다거나, 좌우 비대칭의 부종이 생긴다면 조속히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즉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종의 원인으로 간경화증, 울혈성 심부전, 신증후군, 신부전, 갑상선 기능저하증, 빈혈 등이 있다.
반면 검사를 할 만큼 해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로 특발성 부종, 주기성 부종, 갱년기 부종,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있다.
모순되게도 부종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약물에 이뇨제가 들어가는데, 의약분업 이전 보통 젊은 여자분들이 몸이 붓는 것이 싫어서 임의로 이뇨제를 구입해서 장기 복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이뇨제 복용 전보다 더 심하게 붓는 반동 부종을 볼 수 있다. 지속적이고도 과도한 탈수는 이에 대한 보상 기전을 자극해 체내에 수분과 염분을 저류시키는 염류 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며 이것이 고착되어 버리면 실제로는 탈수가 없는데도 지속적으로 수분과 염분의 정체가 일어나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이뇨제를 복용해야 부종이 빠지는 이뇨제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뇨제 남용에 의한 부작용으로는 탈수에 기인한 입 마름, 현기증, 실신, 급성신부전, 요로 결석, 통풍뿐만 아니라 귓속 달팽이관 손상으로 이명이나 현훈, 청력 장애가 올 수도 있으며, 심한 저칼륨혈증이 생기면 근육 마비와 치명적인 부정맥 또는 심정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는 각종 근골격계 질병으로 인한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약으로 신장의 수분과 염분 배설을 방해하는 작용이 있어 장기 복용하면 특히 당뇨 환자나 노인 환자분들에서 다리가 붓고 혈압이 오르거나 심지어는 숨이 가쁠 정도로 부종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며, 진통제는 가급적 필요한 최소 용량을 복용하고 가능하면 물리 치료나 파스를 붙이거나 발라서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며 심하면 통증 클리닉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쓰임새가 아주 다양하며 잘 쓰면 명약이요, 잘못 쓰면 극약으로 전락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과거 시골 장터 같은 데서 “효과가 직방이더라”는 입 소문에 솔깃해 모여드는 동네 노인들에게 무면허 사이비 조제약을 만들 때 스테로이드 성분을 다량 넣어 팔아서 이것을 수년씩 복용하고 나면 얼굴이 달덩이 모양으로 변하고 코와 입 주위에 까뭇한 잔털이 많이 나고 팔 다리는 깡 마르는데 뱃살만 볼록하게 나온 데다 백색 선조라고 하는 살 터짐이 생기고 혈관이 약해져서 잘 터지기 때문에 팔 다리에는 온통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검붉은 멍들이 여럿 깔려 있고 항상 부어 있게 된다. 이것을 쿠싱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부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생긴 병이라 원상복귀 되기는 어려우며 부신 기능이 약해져 있어서 오히려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소량씩 보충해 주지 않으면 몸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혈압이 떨어지고 계속 헛구역질을 하게 된다.
여성호르몬도 염류 코르티코이드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수분 배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이 성분이 포함된 피임약이나 폐경기 후 호르몬 대체요법을 하면 몸이 붓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성의 월경 주기 중 혈중 여성호르몬 치의 고저에 따라 몸이 부었다 빠졌다 하는 주기성 부종도 같은 원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이나 코막힘의 치료로 혹은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의 증상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약제로 혈관 수축 작용이 있어 장기 복용하면 몸이 붓고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일부 고혈압 약제도 발목 부종이나 혈관 부종, 드물게 심낭 삼출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부 경구용 당뇨병 약제와 인슐린 역시 부종을 유발하는 작용이 있어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수치가 조절이 잘 되는 경우 점점 체중이 늘어나고 아무리 적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곤 한다.
부종의 원인을 찾기 위해 처음 외래에서 실시하는 검사들로 신기능, 간기능, 갑상선 기능 등의 이상 여부와 빈혈이 있는지 보기 위한 말초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소변량이 줄고 체중이 많이 증가한 경우 흉부 방사선 사진과 심전도 검사도 병행한다.
관절통이나 알레르기 증상이 동반되는 등 혈관염이 의심되는 부종의 경우 류마티스 인자 검사나 자가면역 항제 검사를 추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는 서문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특발성 부종이 대부분으로 주로 30~50대의 여성분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안면 부종이나 손의 뻣뻣함 외에도 만성적인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 혹은 장에 가스가 항상 차 있다는 경우가 많고 부종 발생 시기는 월경 주기와 무관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강박증 등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특발성(特發性)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가설들은 체질적으로 염류 코르티코이드와 같은 수분 저류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거나 혹은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일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분들에서 특발성 부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의 특징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특발성 부종의 진단 기준에 하루 내에 체중 변동이 1.4 kg 이상 있어야 한다는 사항이 포함되기 때문에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고 실제로 부종이 있기는 하지만 마냥 악화되지는 않으며 대부분 저절로 소실되며 이로 인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검사 결과가 모두 정상이고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 보면 된다고 설명해 드려도 뭔가 딱 부러지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부종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물론 부종 검사에서 명백한 원인이 밝혀지면 그 병을 치료하는 게 최우선이다.
특발성 부종의 경우 매일매일 살아가는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좀 덜 붓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안 되겠다 싶은 경우에 한해서 조심스럽게 소량의 이뇨제를 처방해 보기도 하지만 약으로 단번에 날씬해지겠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우선 음식을 싱겁게 먹고 가급적 외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자제하도록 한다. 식사를 자주 거르는 경우 한번 먹었다 하면 폭식을 할 확률이 높고 가끔은 폭식 후에 자기 손가락으로 목젖을 자극시켜 방금 먹은 것을 다 배출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식습관은 내분비 기능을 교란시킬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해롭다. 따라서 식탐을 부리지 말고 소량으로 하루 세끼 식사를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전에 맥주나 거나한 안주를 챙겨 먹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는 야식 증후군 습관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특히 같은 양이라도 물보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다음 날 훨씬 더 많이 붓기 때문에 과음을 삼가야 한다.

한때 열풍이 불었던 반신욕을 자기 전 30분 가량 하는 것도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간질로 빠져나갔던 수분이 다시 혈액으로 돌아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오랜 기간 지속해 주면 다리 근육뿐만 아니라 혈관벽도 튼튼하게 해 주기 때문에 부종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며, 특히 수영은 물 속에서 부력을 받기 때문에 운동하는 동안 체중으로 인한 관절의 부담이 훨씬 적고 역시 몸 속의 수분 재분포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강력히 추천된다.
일과 중에는 같은 자세를 오래 취하지 말고 2~3시간마다 한번 꼴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 주고 오후에 신발이 조일 정도로 부종이 현저한 경우에는 잘 때 다리 밑에 담요를 여러 장 포개어 받쳐서 심장보다 높게 해 준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기 전 미리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의료용 탄력 스타킹을 신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기분에 따라 부었다 빠졌다 하는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우울함이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이전부터 본인이 하고 싶었거나 배우고 싶었던 것,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나 용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환자분들은 대하다 보면 자기 삶을 다른 사람의 잣대로 평가 절하하지 않고 주인공으로써 당당히 대처하고 “이거 아니면 큰일난다”는 식의 과도한 집착이나 욕심을 던져 버리고 “이거 하나쯤 없어도 끄떡 없다”는 여유로운 마음과, 내게 조금 남는 것이 있다면 주위를 돌아 보아 기꺼이 나누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건강한 삶의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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