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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고혈압' 진단기간 평균 1.5년…치료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언론사 울산경제 작성일 2022-06-20 조회 46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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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고혈압 진단기간 평균 1.5년…치료시기 놓치는 경우 많아
2010년 1,677명→2019년 3,003명, 만성 피로·부종 등 증상 비특이적 
3년 평균 생존율 54.3%밖에 안돼 조기 진단으로 올바른 치료 받아야
자가면역 질환자 발생 확률 높아 비특이적 증상이라도 검사 받아야
보험기준 완화…병용치료 활성화될 듯 "특별한 이유 없이 숨 차면 의심해봐야"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 임문순 전문의가 내원 환자 상대로 진료를 보고 있다.
 
  #직장인 A(50)씨는 최근 동료로부터 폐동맥 고혈압에 관해 이야기를 듣게 됐다. 고혈압과 비슷한 만성질환으로 생각했으나 알아보니 전혀 다른 질환이었다.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 난치질환이었던 것. 폐동맥의 압력 증가로 우심실 기능 손상에 따른 호흡곤란을 보일 수 있는데, 이때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돌연사 위험이 높았다. 질병 진단이 어렵고 치료하지 않을 시 평균 생존 기간이 2~3년으로 치명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평소 건강 관리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찰 경우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해봐야 한다.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낯선 병

  폐동맥 고혈압은 주변에서 환자를 보거나 들어보기 힘들 정도로 낯선 병이다. 하지만 해당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677명에서 2019년 기준 3,003명으로 9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폐동맥 고혈압은 증상이 비특이적이며 낮은 인지도로 실제 환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단되지 못한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약 4,500~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평균 생존율은 54.3%로 사망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받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면 생존율이 크게 향상하는 질환이다.

  그럼에도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받기까지 기간이 평균 1.5년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중 하나는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이 호흡 곤란, 만성 피로, 부종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나는 비특이적인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 폐동맥 고혈압 환자를 경험한 의사가 많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고혈압처럼 혈압계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초음파와 심도자술 등을 통해 폐동맥의 혈압을 측정해야 확진 할 수 있어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치명적인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

  폐동맥 고혈압은 뚜렷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이 전체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이라 불리는 자가면역 질환자에서 발생하는 폐동맥 고혈압 또한 전체 3분의 1을 차지한다. 자가면역질환의 염증이 폐동맥에도 발생해 쌓이고, 혈관이 좁아져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하는 기전이다.

  이에 따라 자가면역질환자는 폐동맥 고혈압의 고위험군으로 전신홍반성루푸스 환자의 약 4.2%~10% 내외, 전신경화증 환자의 3.6%~32%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은 더 치명적이다. 높은 발생 빈도나 치명률을 고려할 때 자가면역질환자라면 비특이적인 증상에도 폐동맥 고혈압을 미리 의심하고, 심장 초음파 등의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유된다.

 
◇완치법 없어…적절한 치료만이 살길

  불행하게도 폐동맥 고혈압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폐동맥 고혈압은 진행성 난치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최대한 진행을 늦추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법이 없던 1992년 이전에는 평균 생존기간이 진단 후 2~3년이었다. 현재는 혈관확장제등 폐동맥의 혈압을 낮춰 주는 다양한 약제 등이 개발되면서 생존률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10여종 이상의 약물이 개발됐고, 치료법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진단 초기에, 질환 정도에 따라 공격적으로 치료할 경우 기능적 호전뿐 아니라 생존률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작용 기전이 다른 2개 이상의 약을 병용해 사용하면 기대 생존율이 7.6년으로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진단 초기부터 치료 약물의 2제, 3제 병용요법을 권장하는 글로벌 치료 지침이 생겨나게 됐다. 이런 공격적인 치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3년 생존율이 95.7%, 미국의 73%로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한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 급여를 인정한다. 또 병용요법에 쓰이는 약제도 한정돼 치료제 선택에도 제한적이다. 이때문에 국내 3년 생존율은 54.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숨찰 때 검사 받아봐야

  이를 반영해 다행히 올해 2월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보험기준이 다소 완화됐다. 병용 치료의 문턱이 낮아져 국내에서도 병용요법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며 폐동맥고혈압의 생존율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강병원 심장혈관센터 임문순 전문의는 "폐동맥 고혈압 예후 개선의 기본은 조기 진단과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라며 "과거 10년 전만 해도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어 생존율이 낮은 난치질환에 속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약제로 관리가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폐동맥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거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환자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숨찰 때는 폐동맥 고혈압을 한번 의심해보며  심장 초음파등의 선별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울산경제 이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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