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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창 때인데…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 ‘초로기 치매’
언론사 울산제일일보 작성일 2020-11-24 조회 49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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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창 때인데…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 ‘초로기 치매’

 


동강병원 신경과 김성률 전문의(울산시 광역치매센터장)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한다. 의학의 비약적 발전과 건강한 생활 습관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간의 수명은 많이 늘어나서 주위에서 70~80세의 어르신을 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렇다 보니 인지기능인 기억력, 주의력, 언어적 능력, 시공간 능력,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 집행 능력 등에 장애가 발생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치매’라고 정의한다.

 치매는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뇌졸중이나 암보다 치매가 제일 걸리기 싫은 병이라고 응답할 정도로 진단받게 되면 환자와 그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는 병이다.

 이러한 치매 질환 가운데 이번에는 동강병원 신경과 김성률 전문의(울산시 광역치매센터장)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에 대해 알아본다.


◇40~50대에게 발병하는 젊은 치매 ‘초로기 치매’



 65세 이전의 나이에 치매가 발병하는 경우를 ‘초로기 치매’, ‘조기 발병 치매(early-onset dementia)’라고 한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에 본인이나 가족이 치매에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지연되고 진단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젊은 치매로 알려진 초로기 치매는 주로 40~50대의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왕성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해야하는 나이에 발생해 가족 구성원이 받는 충격은 더 크다.

 직업이 단절돼 가정 경제도 어려움에 처하고 배우자가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녀들이 아직 어려서 양육의 문제도 같이 발생하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엄청나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간한 ‘2019 대한민국 치매현황’에 따르면 65세 미만 치매 환자 수는 약 8만명이며 전체 치매상병자수의 9.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치매 환자의 뇌 MRI 사진

 



◇음주 후 블랙아웃 늘어난다면 초로기 치매 위험도 ↑


 초로기 치매의 증상이 우울증이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면이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증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 병원을 찾곤 한다.


 초로기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치매환자의 10~15%는 가역성 치매라고 해 그 원인을 치료하면 치매의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특히 초로기 치매 환자는 다양한 평가를 통해 치료가 가능한 원인을 감별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 B12, 엽산 결핍과 갑상선 저하와 같은 대사성 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하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뇌 안의 물주머니가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치매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는 조기에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원인 질환이다.
 
 음주는 초로기 치매 원인의 10~12% 정도를 차지하는데 음주 후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긴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초로기 치매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

 과음 후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분의 손상으로 인한 현상으로 알코올성 치매에 대해 몸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언어능력 저하 등 증상에 ‘사람이 변했다’ 느낄 수도


 초로기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는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상염색체우성 알츠하이머병 유발 유전자(amyloid precursor protein, presenilin 1, presenilin 2)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가까이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족성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2~3%를 차지하는데 아주 드물지만, 초로기 치매의 경우로 한정지어 보면 20% 가량 된다.

 이로 인해 젊음(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인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특히 2015년 국내 개봉된 영화 ‘스틸 앨리스’라는 제목의 영화에서는 초로기에 발병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가족들이 겪게 되는 힘든 일상생활의 문제, 유전의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초로기에 발생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그 진행 속도가 노년기에 발생한 경우보다 빨라 더욱 주의해야 한다.

 2~3년 주기로 증세가 악화되는 노인과 달리 진단 후 1년 만에 말기에 이를 정도로 젊은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르며, 초기에 진단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은 잘 다녔던 길이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거나 물건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뒤에 찾게 되는 등 노인성 치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노년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최근 기억력 저하로 증상이 시작돼 이후 주의력, 언어,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고 마지막에 전두엽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진행과정을 보인다.

 반면 초로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에 두정엽 증상이나 언어능력 저하 같이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22~64%이나 돼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언어 능력의 저하가 뚜렷이 나타나거나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서 성격 변화나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고, 이런 변화를 주변 사람들은 ‘사람이 변했다’고 느낄 수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권고하는 초로기 치매 예방법 ‘3권·3금·3행’

 

◇인지 예비력 키우는 초로기 치매 예방법 ‘3권, 3금, 3행’

 
 치매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내고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환자의 치료 계획뿐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함께 지낼 환경 준비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수 있다.

 초로기에 발생한 치매의 경우 가족 내에 2인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었던 경우라면 가족력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한다.

 그 다음은 뇌의 병리학적 변화에 대해 잘 대응하는 능력인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을 증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신문이나 책을 읽는 등의 꾸준한 지적 자극 활동, 운동을 포함한 신체적 활동, 정신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인지 예비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기억하는 능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나친 의존을 피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노년기 치매에서처럼 초로기 치매를 예방하는 데는 중앙치매센터에서 권고하는 ‘3권, 3금, 3행’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젊은 나이에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초로기 치매의 가능성도 고려해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11월 24일(화) 울산제일일보 건강면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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