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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책] 불로불사의 인간, 신선 - 동강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성주원 전문의
언론사 제일일보 작성일 2018-05-21 조회 5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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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책] 신선(神仙)



 
신선(神仙)이란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인간을 이야기한다. 선인(仙人)이라고도 한다. 신선의 선(仙)이라는 글자는 본래 선(僊)인데, 선인(僊人)이란 쉽게 말하면 가볍게 춤추듯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란 뜻이다. 신선이란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로, 본디 인간과는 별개의 신(神)과 같은 존재로 인간에게 불사약을 가져다주는 구원자적인 존재였다. 

원래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일정한 자격조건을 가진 사람이 신선이 살고 있다는 산으로 들어가 제사를 드려야 했다. 최초에는 정해진 사람만이 신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한(後漢) 시대에 도교가 성립되어 신선도 신앙의 대상이 됨으로써 이미지도 크게 변하였다. 말하자면, 신의 영역에서 조금씩 인간의 영역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흰 수염이 난 노인의 모습으로, 구름을 타고 신령스러운 산에서 불사의 묘약을 구한다거나, 때로는 인간의 세계에 나타나 영험을 보여주는 등 인간과 보다 친밀한 존재로 거듭났다고 하겠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산속 깊이 들어왔다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으로 갈수록 길이 점점 넓어지고 훤해지면서 두 백발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꾼은 옆에서 바둑 두는 것을 보고 있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었으려니 생각하고 도끼자루를 집으니 도끼자루가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겨우 마을을 내려오니 마을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고, 한 노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자, 노인은 “그분은 저의 증조부이십니다.”라고 대답하더라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신선과 백수의 닮은 점’이라는 재미있는 분석도 있다.   
1. 적게 먹는다. (다만 신선은 ‘안’ 먹는 거고, 백수는 ‘못’ 먹는 거다.) 
2. 무위사상에 그 근본을 둔다.
    (신선은 무위의 덕을 지향하는 도가에서부터 나온 것, 백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하루하루 몸소 실천한다.) 
3. 주위 환경과 흠뻑 동화된다. (신선은 자연과 스스럼없이 함께하며, 백수는 방바닥을 자유로이 누빈다.) 
4. 시간개념이 없다.
    (신선은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르도록 시간을 흘려보내며, 백수는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사회적 관념에서 자유롭다.) 
5. 머리랑 손을 쓰는 것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열정과 재주가 남다르다.
    (신선은 등장할 때마다 바둑을 두고 있고, 백수는 적어도 당구, 컴퓨터게임 등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6. 그들 나름대로의 수준에 따른 서열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신선은 얼마만큼 도를 깨우쳤냐에 따른 서로에의 예우가 다르고, 백수는 빈둥대는 것이 마냥 즐거운 초급 백수부터 잠만 자는 것으로도
     지겹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고급 백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이룬다.)   
7. 외부인과의 접촉이 미약하다.
    (신선은 속세에 미련이 없기에 우연스러운 만남 이외엔 없으며, 백수는 연락 할 곳도 연락 올 곳도 없다.) 
8. 돈과 거리가 멀다.
    (신선은 욕심을 버렸기에 재물에 눈을 돌리지 않고, 백수는 욕심은 무궁무진하지만 능력이 없다.) 
9. 세상사에 관심이 없다.
    (신선은 속세에 미련이 없으며, 백수는 라면값 인상 등의 충격적인 소식이 아니면 일체 미동도 하지 않는다.) 
10. 그래도 등장무대는 화려하다.
     (신선은 전설이나 동화책의 단골손님이며, 백수는 유머의 단골소재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이라는 약을 소개하고 있다. 갈화(葛花), 갈근(葛根), 인삼(人蔘) 등 한약재를 섞어 환으로 만들어 복용하는 약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환을 먹으면 술 10잔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갈화(葛花), 갈근(葛根)은 칡꽃과 칡뿌리다. 사우나에서 인기 많은 음료수 중의 하나가 칡즙인데, 숙취 해소와 기력 회복에 좋다. 술을 마실 때는 기분이 좋지만, 늘 다음날 숙취가 두려운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가 보다. 늘 신선처럼 여유롭고 기분 좋게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바쁜 생활 속에서 신선놀음이 부러워지는 오늘밤, 신선불취단과 와인 한잔으로 지친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본다.  성주원 동강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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