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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장수 비결은 ‘보약 같은 와인’ - 동강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성주원 전문의
언론사 제일일보 작성일 2018-05-02 조회 55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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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장수 비결은 ‘보약 같은 와인’ 

   

▲ 성주원 동강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과장

프랑스 요리는 맛있기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의 미식가들은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다. 요리를 말할 때 프랑스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의 국민들은 대부분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성인병 및 만성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맛있는 음식을 자제하지 못한 대가인 셈이다. 

심장병, 뇌혈관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육류에 많이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 주요 원인이다.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여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 육류에만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버터나 크림 같은 동물성 지방, 새우와 오징어, 바닷가재 등 해산물에도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음식들이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프랑스는 이런 음식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영화를 보면 상을 가득 채운 산해진미를 구경할 수 있는, 그것들이 결국은 콜레스테롤과 콜레스테롤 형성을 돕고 배출을 방해하는 포화지방 덩어리들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프랑스 사람들이 섭취하는 총지방의 양은 미국인보다 조금 높은 정도지만, 포화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버터는 6배, 돼지고기는 3배 정도 더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화지방은 탄소의 이중결합이 없이 수소가 잔뜩 붙어있는 지방을 말한다. 이렇게 포화된 지방의 특징은 녹는점이 높다. 즉, 불포화지방은 체온 정도의 온도에서는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데 비해 포화지방은 고체에 가까운 끈적끈적한 젤리 같은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삼겹살을 구워먹고 설거지를 안 한 채 그대로 둔 프라이팬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혈관이 막히기 쉬워져서 결국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날씬하고 심장병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이웃인 영국과 비교해 봐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영국이 프랑스보다 4~5배 정도 더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느 종류의 술이든 조금만 마시는 사람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과음하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은 술 자체의 효과일 수도 있고 술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환경적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영향이 다른 술과 다르게 유달리 프랑스인들이 많이 마시는 와인과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과 관심을 갖고 있다. 

가장 먼저 프랑스인들의 건강에 주목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었다. 미국 CBS의 인기 시사프로그램인 <추적60분>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 비결을 프랑스인들의 식탁에서 발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랑스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드와인이 건강의 숨은 핵심이었다.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비싼 와인이거나 싼 와인이거나, 프랑스인의 식탁 위에는 늘 와인이 올라온다. 이것이 바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었다. 

와인은 85%의 수분과 10% 정도의 알코올(와인 종류에 따라 알코올 함량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머지는 비타민, 유기산, 당분, 미네랄, 폴리페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제일 주목해야 할 성분은 폴리페놀(polyphenol)이다. 이런 페놀 계열의 물질은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유해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꾸어 주는 항산화 효과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화 방지 효과이다. 또한 활성산소에 노출되어 손상되는 DNA를 보호하고 세포구성 단백질 및 효소를 보호하는 기능이 뛰어나 다양한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항암 작용과 함께 심장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폴리페놀류는 콜레스테롤이 소화관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줘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작용을 하고 있다. 

결국 프랑스인들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즐기면서도 와인과 함께 먹으면서 매일매일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몸에 좋다고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남자는 하루에 반 병, 여자는 하루에 한두 잔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적절한 양은 한 병(750ml)을 네 사람이 나눠서 마셨을 때 나오는 양인 1잔 반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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